요새 중드 고장극을 보면 고전과 현대사회문제가 잘 어울려져 있어 감탄하곤 합니다.
<번성지하> 이 작품은 명나라 시대 배경이지만 인간과 사회문제에 있어 현시대의 우리 사회의 문제점들과 닮아있기도 합니다.
그래서 더 쉽게 정리하여 쓸 수가 없었어요.
리뷰는 극의 흐름보다 스토리의 순서를 따르겠습니다.
육원폭과 충야의 과거
20년 전, 주인과 집사의 관계인 그들의 보다 더 오래된 관계는 살인악어라 불린 강도무리의 동료였습니다.
육 원폭은 과거 어떤 죄를 지어 가족들과 절연하고 40여 명의 강도 무리의 일원이 되었죠.
충야는 벙어리입니다. 과거 계모의 학대로 목에 손상이 와 그렇게 되어버렸습니다.
육 원폭은 '온전한 시체를 남기지 말고 죽은 자를 떠돌이 귀신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피해자를 끝내 능욕하는 잔인한 자입니다.
살인악어라 불리는 이 강도일당은 어느 날 귀향하는 관리를 습격해 은돈 20여만냥, 황금 다섯 상자를 갈취합니다.
육 원폭은 흉계를 꾸밉니다. 동료들을 모두 죽여 보화를 모두 차지한 후, 신분세탁할 요량이었죠. 그러기 위해선 평소 술을 마시지 않는 충야가 필요했습니다. 황금 다섯 상자를 대가로 충야를 끌여들인 그가 동료들과 함께 만취해 있는 동안 충야는 40여 명의 동료들의 목을 베어 모두 죽입니다.
육 원폭이 함께 취했던 이유는 실패했을 때를 대비함이었습니다. 일이 그르치면 충야만 뒤집어쓰고 죽이면 되었으니까요.
그럼에도 충야는 '내가 너를 죽였으면 어쩌려고?' 란 의문을 지울 수 없어 묻습니다.
육 원폭은 '감히 네가?'란 경멸스러운 표정으로 잠시 충야를 바라보다 '너는 나를 죽일 수 없었을 것이다, 혈혈단신에 금괴를 혼자 처리하지 못했을 테니까.'라고 합니다.
벙어리이자, 까막눈, 혈혈단신인 충야가 장물을 처리하기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육 원폭은 소화시키지 못할 금괴를 미끼로 충야를 낚았던 것입니다. 은돈과 달리 황금은 당장 장물처리하기엔 무리가 있었을 것입니다. 은퇴한 관리의 소유품이었으니까요. 충야는 금괴를 보관만 할 뿐 그것을 활용할 수도 육 원폭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또한 벙어리가 아니었다면 진작 그의 손에 죽어 금괴를 빼앗겼겠지요. 충야는 벙어리 집사가 되어 육 원폭의 온갖 더러운 일을 도맡아 합니다.
혈혈단신들이 쓸모가 있다고 판단했던 것인지 육원폭은 고아들을 거둬 양자 대우를 하며 키웁니다. 하지만 그들은 살인귀에 가까운 인물들이라 일찍이 그와 충야의 손에 죽어나갔죠.
설 씨 고아 육직을 주워오다.
신분세탁 후, 두현에 정착한 육 원폭과 집사 충야는 어느 날 죽기 직전의 설 씨 고아거지를 주워옵니다. 그리고 그들의 성을 따라 육직이라는 이름을 부여하죠. 처음 3년간 육직은 충야의 곁에서 자랍니다. 육직은 충야에게 글을, 충야는 육직에게 비밀 수화와 세상 살아가는 지혜를 알려주죠. 육직은 충야가 자신을 가장 아끼는 사람이자 무서운 사람이란 걸 알지만 마음속으론 육원직을 아버지로 여기며 성장합니다.(그들의 과거는 몰라도 육 원폭이 무서운 사람인 걸 육직도 알고 있습니다.)
육직은 표면상 좋은 옷을 입고 배동(영리해서 학당에도 보내 가르침을 받게 함, 육 원폭은 우리 집 배동이 과거를 못 볼게 뭐냐며 수재를 만들 생각도 했음)이지만 같은 하인들로부터 '도련님'이란 호칭을 받고 있었고 그 호칭에 맞게 덕으로 다른 하인들을 대했습니다.
진왕에게만 해도 허물을 덮어주고 밤샘했을 그를 위해 대신 일처리를 해주거나 진왕 어머니의 부족한 약값을 메꿔주어 약부터 짓게 해 주었죠.
겉보기에 하인들은 소박하고 사람 좋은 미소를 짓고 있지만 육원폭의 하인인 이상 더러운 일을 피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육직에게 그런 일은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는 배동으로 회계 담당으로 고급 인력이었죠.
이렇게 15-16세의 육직은 주인인 육 원폭의 총애와 하인들의 사랑과 장밋빛 미래를 꿈꾸며 살아가는 소년으로 육 원폭의 전용 추화루 기생 임사냥의 시종 거북이와 친구가 되어 순수한 우정을 나눕니다.
육직, 비밀들을 통해 세상 돌아가는 일을 알아가다.
<임사냥과 냉무질의 밀애>
추화루 하인 거북이와 1년 정도 되었을 무렵, 육직은 호기심으로 거북이의 뒤를 밟았다가 알아선 안 되는 비밀을 알게 됩니다.
그건 임사냥과 포두 냉무질의 밀애였습니다.
육 원폭의 성정에 자신의 전용 기녀가 (추화루에서 다른 손님도 못 받게 했음) 다른 남자와 정분을 나누고 있다면 둘 다 위험에 처해질 건 뻔한 일이었죠.
거북이는 임사냥이 추화루에서 유일하게 잘해주는 사람이자 냉포두와 의리를 지키는 좋은 사람이라며 비밀을 지켜줄 것을 부탁합니다.
이때부터 육직은 위험을 무릅쓰고 타인의 비밀에 우연히 그러나 적극적으로 접근하게 됩니다. 호기심을 억누르기 어려운 소년기라는 이유도 있겠지만 타인의 비밀이란 좋은 패가 되기도 하고, 예방도 할 수 있다는 점을 영리한 육직이 모를 리 없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임사냥이 육원폭을 모시는 날 꾀를 낸 육직은 홀로 당직을 서게 됩니다.
숨어 관찰하던 그는 임사냥과 냉포두의 대담한 밀애를 목격하지만 곧 들통나 냉포두의 손에 죽을 뻔 합니다. 하지만 기지를 발휘해 자신을 죽여선 안 되는 이유와 그들을 돕는다는 약속 아래 구사일생하게 됩니다. 이로써 거북이와의 관계는 더욱 돈독해졌죠.
<장의원의 도벽>
명의라고 소문나고 대대로 의술을 익힌 집안 답지 않게 장의원에겐 도벽이 있습니다. 값이 되든 안되든 훔쳐 속이 시원한 성미 같아요. 이 도벽은 겁을 상실하게 하여 육 원폭의 물건들 마저 훔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결국 똑똑한 육직에게 발각되었지만 육직은 그것을 장의원에게 알리지도 않고 충야에게만 말합니다. '왜 그랬냐'는 충야의 질문에 장의원은 육 원폭의 주치의이기에 그의 의술이 필요하고, 비싼 물건들은 미리 감춰둬 훔칠 수 없게 했으니 싼 물건들만 훔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 말합니다. 이것은 그냥 나리의 치료비로 생각하자고 하지요. 그런 반면 훗날을 대비해 물증은 남겨둡니다. 언제 무엇을 훔쳤는지 자세히 장부를 만들어 두었지요. 엄격한 충야는 육직을 칭찬하며 그의 의견을 수렴합니다.
<무류재 앞마당, 왕수재의 죄>
이것은 서책의 가르침과 세상사가 다르다는 걸 뼈저리게 알게 해 준 비밀이었습니다.
육직은 어느 날 수업이 끝난 후 두고 간 물건이 있어 되돌아갔다가 왕수재의 비밀(왕수재가 무료로 가르치는 외곽에 사는 제자를 시켜 스승인 자신에게 매를 때리게 함)을 몰래 보게 됩니다. 그리고 어두워질 때까지 무류재 정원에 숨어 있다 왕수재가 어느 돌상을 앞에 두고 용서해 달라는 둥 회유하고 협박하기도 하다(이 드라마 중 유일한 초자연적인 현상이 일어납니다. 돌상을 치우려 할 때 왕수재의 착각이 아니라 유일한 진짜였죠.) 다시 질겁하여 굴복하는 걸 보게 됩니다. 왕수재가 떠난 뒤 돌상 아래를 파낸 육직은 잘린 머리를 찾게 됩니다. 완강하던 혼령은 육직이 자신의 머리를 찾도록 그냥 둡니다.
그것은 아마도 얼마 전......
육직은 거북이와 절친하게 지낸 지 약 1년이 지났을 무렵, 거북이에게 다른 절친이 있다는 걸 알고 좀 서운해합니다. 하지만 알고 보니 거북이의 친우는 5년 전 실종되었다 시체로 발견된 교개똥이란 아이였죠.
거북이를 구해주고 글을 가르쳐주기로 했던 친구는 약속 장소에 나타나지 못하고 머리 없는 시체로 연극무대 뒤편에서 발견되었습니다. 거북이는 지난 5년간 잊지 않고 기일로 추정되는 날에 맞춰 친구의 무덤에 찾아가 지전을 태워주었죠. 사연을 들은 육직은 교개똥의 무덤 앞에서 추리를 합니다. '10월은 명절이 없어 초하루 장날을 빼면 연극이 열리지 않아 사람들의 왕래가 없다. 범인은 이것을 알고 일부러 그곳에 시신을 유기한 것이다. 그러므로 기일은 아마 10월이 아닐 것이다.'
육직은 발견한 머리가 바로 교개똥이라는 걸 직감합니다. 늘 그렇듯 중요한 일을 충야와 낚시하며 털어놓지만 현실적으로 왕수재를 고발할 길은 없다며 충야는 육직을 포기시킵니다. 늘 충야의 말을 따르던 육직은 이번만은 예외로 해결을 하려 냉포두를 찾아갑니다. 역시 검시관의 의견에 의하면 소년의 머리이고 머리에 큰 충격을 받은 흔적이 남아있었고 목은 여러 번 내리쳐 끊어낸 흔적이 보인다고 합니다.(도끼질이 서툰 자의 솜씨 = 험한 일을 안 해봤을 왕수재) 교개똥의 아버지는 목 없는 아들의 시체를 자신이 어릴 때 실수로 주었던 등의 상처로 알아보았고 교개똥은 생전 거북이의 좋은 친구였습니다. 충야와 같은 말을 하는 냉포두에게 자신이 위험을 무릅쓰고 개똥이 아버지에게 이 사실을 알려 고발하게 하고 또 자신이 증인이 되겠다고까지 하지만 냉포두는 명망 높은 왕수재는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갈 것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냉포두가 차마 말 못 한 한 가지 이유를 영리한 소년은 직접적으로 입 밖으로 내뱉으며 세상의 민낯을 선명하게 깨닫게 됩니다. 그것은 신분이 낮으면 증언도 증거도 모두 소용없다는 것이었죠.
<조거인의 비밀, 그리고 약한 배경의 육원폭이 신분을 넘어 조거인을 굴복시키다.>
조거인은 육원폭의 동업자입니다. 그는 거인이란 신분답지 못하게 공금을 횡령했죠. 적은 금액은 점점 커져 거액이 되고 말았습니다. 횡령한 금액으로 대금업을 하고 있었죠. 이는 처음부터 작정했던 일로 회계선생도 자신의 입맛에 맞게 두었으나 사실 그 회계선생은 이미 육 원폭의 사람으로 이중장부를 기록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똑똑한 육직은 회계 선생이 말하기도 전에 상황을 파악했죠. 육 원폭은 어떻게 하면 좋을지 의견을 묻습니다. 이미 왕수재 사건을 통해, 신분과 지역 유지, 명망, 인맥의 무서움을 안 육직은 조용히 그와 관계를 끊어낼 것을 제안합니다. 하지만 육 원폭은 자신만만하게 웃으며 조거인을 술자리에 초대하죠. 장귀에게 따라가 길을 익히도록 하면서 말입니다. 다음날 조거인은 술자리에 초대되었고 육 원폭의 폭로에 당황하는 것도 잠시 적반하장으로 역시나 신분과 지역 내 유지, 명망, 인맥을 이야기하며 도리어 육 원폭을 악랄하게 협박합니다. 그것을 지켜보던 육직의 표정은 어두워지죠. 역시나 육 원폭은 곧장 사색이 되어 수그리고 조거인은 거만하게 그의 사과를 받아줍니다.
하지만 그러기도 잠시 곧 들여온 음식판에 조거인이 아끼는 비둘기 한 쌍의 시체가 담겨있었고 육원폭은 아무렇지 않게 상황을 가볍게 뒤집고 맙니다. 신분, 인맥, 명망이야 어쨌든 육 원폭이 맘만 먹으면 조거인이 아끼는 새가 바로 이렇게 되듯 앞일이야 뻔한 일이었죠. 겁에 질린 조거인은 벌벌 떨며 횡령금액 보다 많은 5000냥을 빚문서로 남기게 됩니다. 그제야 육직의 얼굴을 편안하게 펴집니다.
그리고 육원폭의 몸은 지병으로 점점 쇠약해집니다. 밤에 원혼이 보인다며 잠을 못 잘 지경에 이르렀죠.
<문지기 장귀의 위기>
장귀는 암행복을 입고 주인의 더러운 일처리를 몰래 하는 실력 좋은 강호인 출신 문지기로 표국 출신인 다른 두 문지기 보다 더 많은 임금을 받고 있었죠. 진왕과 술친구인 그는 진왕처럼 육직에게 높은 호감을 갖고 있습니다. 주인의 술자리에서 남은 술이나 일이 일찍 끝날 때면 육직은 그들을 챙겨 함께 술을 들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장귀의 앞에 사형 유십칠이 큰 부상을 입고 찾아옵니다.
규율상 외부인을 들일 수 없고 더군다나 악명높은 살수를 관아에 넘기지 않고 집안에 숨겨둘 수 없는 노릇에 장귀는 똑똑한 육직을 찾아 의견을 묻습니다. 유십칠의 정체를 알고 당황함도 잠시 육직은 뒤돌아 비밀을 지키고 방도를 찾아보겠다는 약속을 합니다. 다만 충야는 알아선 안된다는 말과 함께 표국 출신의 다른 문지기들 역시 조심해야 한다는 당부를 했습니다.(육직의 인정도 있겠지만 이때의 소년은 이미 조거인 사건을 겪으며 '힘'의 유용성을 알았던 때입니다.) 하지만 얼마가지 않아 충야에게 들키고 말죠. 우려했던 대로 표국출신의 문지기 둘이 알아채고 충야에게 알린 것입니다. 하지만 충야는 이들이 육직까지 물고 들어가자 이들보고 육직을 데려오라고 시킨 사이 단도를 장귀에게 쥐어줍니다. 그리고 '끌어 들어 선 안 되는 사람(육직)을 끌여들였다'며 장귀와 함께 둘을 해치고 값비싼 물품들을 둘에게 남겨 도둑질 후 서로 다투다 죽인 것으로 사건을 꾸밉니다.
육직은 이 과정에서 같은 처지의 사람들 간의 차별이 미움을 낳는 것을 피부로 느끼며 직접적으로 처음 범죄에 휘말리게 되었습니다.
이로써 순진하던 육직의 소년 시절은 막이 내려갑니다.
육직, 갑자기 '도련님'에서 '개'로 떨어지다.
갑자기 몸이 좋아진듯한 육 원폭은 기분 좋은 일이라도 있는 듯 회계일로 바쁜 육직을 불러내 술자리를 갖습니다.
아마도 점점 쇠약해지는 자신의 후일이 걱정스러워 동생 가족을 불러들이기로 하기 전 집안에서 가장 영리한 육직을 시험해 보려는 뜻이었을 겁니다. 충야는 갈 곳 없는 혈혈단신, 바꿀 수 없는 금괴, 자신처럼 나이 든 몸과 벙어리이므로 좀 더 안심했을 수도 있습니다.
평소 육직은 주인의 수를 읽어도 아는 척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를 취하게 하여 속을 떠 볼 생각이었죠.
역시나 취한 육직은 주인의 의도마저 읽어버렸고 자신의 충심과 진심을 보이는 과정에서 아버지처럼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도 나리께서 자신을 아끼는 것을 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육 원폭은 '사람들이 너를 도련님이라고 부르는 진의를 모르느냐.'며 분개해 잔인하게 그를 짓밟아버립니다. 육 원폭은 왜 아버지와 아들이란 단어에 이렇게까지 감정적으로 대응했을까요?
과거 그의 지나친 행동들을 조합해서 추측해 보자면 그는 성기능 불구 또는 불임일 것 같습니다.
('온전한 시체를 남기지 말고 죽은 자를 떠돌이 귀신으로 만들어야 한다.'= 떠돌이 귀신이란 제삿밥을 못 먹는 귀신을 뜻하므로 자손과 끊어진 상황을 떠올리게 함 + 후에 전속기녀들에게 잔인한 학대로 푼 점,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 그녀들과는 달리 불임인 임사냥만은 학대를 당하며 오래 버틸 수 있었음. + 처자식이 없었음 + 언제나 속내를 보이지 않던 그가 '아버지' 단어에 지나치게 감정적이게 반응함.)
빗속에서 몸과 마음의 모욕과 학대를 당하는 그를 보는 하인들은 차가움 반, 애처로움 반입니다. 더 이상 도련님은 없습니다. 행여 그의 편을 들어줬다간 육 원폭의 눈밖에 날 테니까요. 그중 육직을 진심으로 걱정하는 이는 소년을 어려서부터 기른 계모에게 학대당한 충야, 사형과 함께 파문된 경험과 육직에게 은혜를 입은 장귀, 효자이자 역시 도움을 받아 어머니를 고칠 수 있었던 진왕이었습니다. 장귀가 더는 참지 못하고 나서려 할 때 진왕이 나서서 육직과 함께 빗속에서 절을 하며 청합니다. 그렇게 엉망이 된 얼굴로 모두에게 아버지를 청하고 모두에게 거절된 그 후, 육직은 시골 하인으로 쫓겨나게 됩니다.
소년 타락의 길로 접어들다.
육 원폭은 자신도 모르게 '육직!'을 부릅니다. 그의 진심은 무엇일까요? 육직을 향한 그의 마음은 아마 '애완견' 정도였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아무런 위협도 안된다는 핑계로 원래대로라면 죽였어야 할 소년을 살려둔 것이죠. 충야가 훗날 위험이 될 수 있다며 죽여야 한다고 하지만 그는 일개 배동인 것이 무슨 위협이 되겠냐며 데려와 주제를 알게 허드렛일이나 시키라고 합니다.
그러나 충야는 육직에게 '육 원폭이 너를 죽이라 했다.'는 거짓말을 하며 벙어리 행세를 그만두죠. 이것은 육직의 믿음을 얻으려 자신의 최후의 패를 던지는 도박이었습니다. 역시나 순진한 소년은 이 일로 살아남으면 '충야를 아버지로 모시겠습니다.'라고 절을 올립니다. 그리고 육 원폭과 자신은 누구 하나 죽지 않고는 끝낼 수 없다고 여깁니다.
저택으로 돌아온 그를 맞는 건 진왕, 장귀, 유십칠과 사람이 살 수 없을 것 같은 낡은 방뿐입니다. 그곳에서 네 사람은 의형제를 맺으며 함께 일을 도모하기로 합니다. 영리한 머리가 '선'이 끊어지니 속전속결로 악행이 진행됩니다.
먼저 무류재의 왕수재를 교개똥의 머리와 함께 찾아간 육직은 장귀를 앞세워 제압 후 진술서를 받아내고, 육 원폭의 필체를 흉내 내어 유서와 원하는 글을 쓰도록 합니다. 그 대가로 비밀을 함구하기로 하죠.
장의원을 거미줄로 낚는 것은 진왕이 담당합니다. 육직과 충야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악랄하죠. 사실 이전까지 가장 평범하고 효자인 데다 정이 많아 보이는 건 진왕이었습니다. 하지만 간과한 것이 있습니다. 드라마 초반 20년 후의 상황을 보여주며 방행과 타행을 설명하는 것을 보면 도박과 폭력으로 얼룩져있다는 표현이 나옵니다. 그들은 양아치 집단이죠. 그나마 냉무질의 통제 아래 악랄한 수법의 범죄만은 막았는데 냉포두가 죽자 그들은 규율을 깨고 인신매매를 노린 집단 사기를 바로 시전 합니다. 이 수법은 20년 전의 진왕이 장의원을 옭아매던 수법과 상당히 유사합니다. 이로써 그나마 평범해 보였던 하인 진왕 역시 방행이나 타행 출신임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장의원은 처음에 도벽을 감추기 위해 육 원폭을 하루동안 활동할 수 없게 진왕에게 약을 제조해 줬고 이것들은 또다시 진왕에게 약점으로 잡혀 딸을 진왕에게 팔기까지 이르죠. 그리고 뒤에 나타난 육직의 제안대로 육 원폭을 서서히 독살하는 작전에 임합니다. 작은 도둑질이 딸을 파는 것도 모자라 살인에 이르는, 눈덩이처럼 죄가 커지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이 당시 육직은 아버지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은 듯 보입니다. 장의원 같은 자는 애초에 부성애 같은 건 없는 이기적인 인간이라고 말하죠. 그런 그의 마음은 이해가 갑니다. 믿었던 주인과 자신에게 상냥하게 대했던 남자 하인 모두가 그의 아버지가 되는 걸 모두 거절하는 수모를 겪었으니까요.
6개월 뒤면 육 원폭은 피를 토할 것이고, 그 후에도 계속 약을 복용시키면 반드시 죽을 것이었습니다.
조작된 유서엔 육직을 양아들로 모든 걸 물려준다는 내용이 들어있었죠.
육 원폭의 동생 수재 육근신과 그 가족의 등장
충야와 육직의 계획의 큰 변수가 생기면서 약 석 달간 계획은 중단되고 맙니다. 바로 가족과 절연한 줄 알았던 육 원폭이 그동안 충야도 모르게 직접적으로 동생과 연락하며 돈을 보내왔던 것이었습니다.
육 원폭은 왜 이것을 충야에게 속였을까요? 그것은 동생이 육 원폭에게 약점이 되기 때문이었습니다. 보호할 존재이기 때문이죠. 그리고 충야와 육원폭은 서로를 혈혈단신과 벙어리로 속이며 의지한 악인들이기도 했습니다. 충야에게 혈혈단신이란 약점이 되었지만, 육원폭에게 혈혈단신이란 강점이 되었습니다. 그는 거리낌 없이 행동해 공포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이제와 왜 동생의 가족을 불러들인 걸까요? 저는 이것을 심신이 약해진 육 원폭의 잘못된 판단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동생은 수재로 심성이 형인 육원폭과는 정 반대의 사람이죠. 육원폭의 돈은 감당할 수 있어도 악으로 이루어진 육원폭의 인적자산을 감당할리 없습니다. 정말 동생을 위했다면 자산을 정리해서 남모르게 보낸 후, 자금 추적할 가능성이 있는 인물들은 도적의 방식으로든 권력의 힘을 빌려서든 제거해야 했지요. 조거인이란 제압한 적이 있고 자신의 생명은 얼마 남지 않는 차에 악의 소굴인 자신의 거처에 동생 일가를 불러들인 것은 그가 동생을 아껴서 재산을 물려주기 위해 불렀다기 보단 불안해서 믿을만한 사람으로 불러들인 것으로 보입니다. 악이란 이렇듯 한 번 발을 담그면 자신도 쉬이 빠져나오기가 어려워 아무리 아끼던 사람이라도 결국 끌어들이게 됩니다. 육 원폭은 순진한 수재인 육근신을 두현으로 불러들여선 안되었습니다.
여기서 시청자는 바람 앞의 등불 같은 순진한 그 일가가 안쓰러운 반면... 한 편으론 육 원폭의 악행으로 인한 최대 수혜자들인 그들이 과연 몰랐다고 무죄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게 됩니다.
하지만 이것은 죄악에 내려진 소년들이 서로를 구원할 마지막 기회인 인연이기도 했습니다.
충야는 육직에게 '세상엔 지극히 선량한 사람도 극악무도한 인간도 드물다.'라고 했었습니다. 육 원폭의 조카이자 수혜자인 육근신의 아들인 육 불우는 도의적인 책임을 피할 순 없겠지만 그 드물다는 '지극히 선량한 사람'이었습니다. 어린 동생을 아끼고 아기새를 둥지에 돌려보내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사람을 신분으로 나누지 않고 자신에 대한 현실감각도 있는 좋은 머리의 소년이었죠.
육근신 일가가 오며 계획이 미뤄지자 아무리 독한 마음을 먹고 계획을 진행시켰던 육직도 겨우 맘을 놓고 편하게 잠들 수 있었고 오랜만에 소년으로 돌아가 지낼 수 있었습니다. 소년은 멈추고 싶어 했습니다. 그러나 충야는 멈출 수 없다고 했죠. 여기서 멈춘다면 자신은 평생 벙어리로 육직은 평생 하인으로 살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럼에도 육직은 고뇌하고 망설였습니다.
그러나 뜻밖에도 육 불우가 동갑 친구인 육직을 위해 배동으로 청하는 부탁을 아버지께 한 것이 화근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 자리에서 이제 독약이 끊겨 건강을 회복한 육 원폭은 다시 한번 모멸감을 육직에게 주었고 그 동생 육근신은 신분사회에 절여진 인물로 자기 딴에는 좋은 말을 한다는 것이 육직의 이성의 끈을 끊어버리게 만들었죠.
'네가 열심히 딴마음 안 먹는다면 주인장이 되거나 집사가 될 수 있다. 또 우리 육씨 집을 영원히 섬기게 해 주겠다.'
'나리께 감사드립니다. 나리 덕분에 제가 무엇을 해야 할지 알았습니다. 육씨 가문을 위하여 물불 가리지 않겠습니다.'
만약을 생각해 봅니다.
이때 저 어른들의 말이 육직의 마음을 찢어놓지 않았다면.. 그래서 더 참을 수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저는 육 불우가 배동 육직과 함께 배우며 성장했으라 생각합니다. 그의 아버지 육근신은 형과 다른 인물로 아들의 의견을 존중하기도 했으니 나중에 성장한 육불우가 육직의 자유를 보장했으리라 짐작해봅니다. 그러면 육직은 집사로 그치는 인생은 살지 않았을 겁니다. 이것은 악의 소굴에 떨어진 육불우에게도 기회였을 겁니다. 육직은 더 이상 순진한 도련님이 아니었고 내외적으로 많은 사람들의 약점을 쥐고 있어 육불우 일가를 보호해 줬을 겁니다. 하지만 이 아름다운 우정이 될 법한 인연은 어이없게도 굳어버린 어른의 말과 극악무도했던 인간의 악담에 시들어버리고 말았죠.
그렇지만 한편으론 이런 생각도 듭니다. 육직이 과연 우정을 끝까지 지킬 수 있었을까? 육불우를 질투하지 않고? 이미 사람들 간의 질투로 인해 생기는 미움을 잘 아는 소년이었으니까요. 그리고 이미 너무 멀리 와있고 너무 많은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엮이게 되었습니다. 이때 숙수 유이도 이득을 목적으로 접근해 사람 좋은 얼굴로 악행을 거리낌 없이 저지르는 모습으로 자신을 증명했으니까요. 현실의 악은 상상 속의 악처럼 시원시원한 사이다가 아닙니다. 오히려 늪에 가깝죠. 발버둥 칠수록 더 깊게 빠지고 숨이 막히는 것 같이 말입니다. 결국 얼마간 멈춰있던 계획은 진행됩니다. 장의원을 시켜 극약으로 육원폭을 죽인 육직 일당은 석 달 후 치밀한 계획 끝에 육씨 저택의 음식에 독을 타서 사람들을 잠재운 후 그들을 빠짐없이 죽이고 짚을 쌓아 올리고 물을 남기지 않은 뒤 불을 지릅니다,
타오르는 불꽃을 보고 멍하니 있던 육직, 장귀, 유십칠, 유이, 진왕을 본 야경꾼(곡삼경의 부친)은 그들이 범인이란 걸 눈치채자마자 또 다른 일당 냉포두의 칼에 희생되고 맙니다.
공식적으로 육씨 저택 대화재는 안방에서 시작된 것으로 일가와 하인 모두 죽은 것으로 기록됩니다. 생존자는 배동 육직, 하인 진왕, 숙수 유이, 장귀 뿐이었죠. 그리고 조거인의 협력(원래대로라면 빚 5000냥과 동업 자산 정리 후 현령에게 내야 할 뇌물이 최소 4-5만 냥이 되기에 육직을 위한 증인이자 증거의 보증인이 되기로 함)을 받은 육직은 충실한 하인이자 효자로 육 원폭의 양자로 입적되어 재산을 물려받고 육근신은 재산 때문에 형을 살해했다는 오명을 죽어서 뒤집어씁니다.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 소년 육직...
화잿날 그는 충야와 따로 탈출하다 그를 도적의 방식으로 직접 살해합니다. 육직은 이미 육 원폭이 너를 죽이라 했다는 충야의 거짓말을 알고 있었습니다. 이제 그에겐 남은 족쇄는 이제 그립지 않은 이름으로 자신의 곁에 있으려는 충야뿐입니다.
충야는 이해할 수 없어 금 때문이냐고 물었지만 육직은 금이야기를 믿지 않았었습니다. 그래서 미쳤냐고 자신을 아들로 삼고 싶어 그랬냐고 물은 후 아버지는 필요없다고 말한 후 찌릅니다.
육직은 진왕도 처리합니다.
진왕에 대한 인간적인 정은 그가 정의원에게 악랄한 수법을 쓸 때 떨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그 상황에서 진왕은 자신의 할당량인 육 불우를 죽이지 못해 계획과는 다른 곳에서 시신이 발견되게끔 했죠. 이때 육직은 이미 진왕을 죽일 생각을 했습니다. 그 후에도 진왕은 생각 없는 행보로 동료들을 불안하게 만듭니다. 도박을 끊지 못하고 흥청망청 돈을 쓰고, 정원을 샀지요. 한낱 하인에 불가하던 그가 사람들에게 한 거짓말이란 운이 좋게 거금을 도박판에서 벌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걸로도 모자라 잠시 두현을 떠나 있자는 동료들의 제안도 어머니 핑계와 교만해진 모습으로 거부해버리고 맙니다. 결국 그다음 날 진왕은 익사체로 발견됩니다. 그의 죽음을 두고 한때 도박으로 거금을 벌었지만 다시 도박으로 패가망신하여 자살했다는 소문만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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