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장적계절] 눈이 내려야 구름이 걷혀집니다.(결말 스포)

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
https://pedia.watcha.com/ko-KR/contents/tRN7389
저는 감정이입으로 인한 후유증 때문에 몹시 긴장하며 봤는데 왕샹 아저씨의 소박한 우렁참에 의지하여 흐트러지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작품 말미에 내린 눈이 억울하고 아픈 사연들을 덮어 저도 스토리를 굳이 자세히 적진 않겠습니다.
마지막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며 왕샹 아저씨의 아들 왕양의 시와 함께 노래 가사가 나오는데요.
구름이 집으로 가는 길을 막고
구름을 걷어내야 하는데 가을 하늘은 높아 손이 닿을 수 없고
집을 막고 있는 구름은 비나 눈이 되어야 사라집니다.
저는 농사와 인연이 없어서 늦가을 비가 수확을 앞두고 어떤지는 모르겠어요
또 이른 눈은 수확기에 좋지도 않겠죠...
20년 이란 세월 동안 우리의 등장인물들은 저마다의 인생으로 눈물을 삭였습니다.
비가 너무 내려 수확할 수 없었죠.
'이 가을은 왜 이렇게 긴 거야.' 왕샹의 말처럼 가을이 기니 구름을 비로 흘려보낼 수 없습니다.
* 안된다, 얘들아...ㅠㅠ
푸 웨이전과 선모 남매의 삶은 너무 가혹합니다.
고아가 되기 전에도 행복한 가정이 아니었던 듯해요.
귀가 안 들리는 어린 푸 웨이전이 배가 고파 부엌에서 만두 좀 먹었다고 때리는 걸 누나 선모가 뒤집어쓰고 대신 맞았다는 이야기가 나오죠.
고아가 된 후, 남매는 큰 아버지에 의해 생이별을 하고 동생은 보육원에서 누나는 큰아버지의 성적 학대 속에 성장해요.
선모는 대학을 도피처로 삼았지만 큰 아버지의 마수는 그곳까지 따라옵니다.
이 사악하고 더러운 인간은 친조카에게 굉장한 집착을 끝까지 보입니다. 게다가 노조위원?으로 꽌시도 대단해 그를 두들겨 팼던 마 반장까지 피해를 받고 아무런 법적 조치도 당하지 않았으니 남매에게 이 금수만도 못한 자에게 벗어나기란 불가능한 절망처럼 느껴집니다.
불행은 거기서 그치지 않아요.
위험하게 성장한 푸 웨이전의 생활은 위태롭고, 선모는 학비 때문에 나이트클럽 피아노 연주 알바를 하게 됩니다.
왕샹의 아들 왕양은 팔자에 없을 법한 음지에 자진해서 들어가게 되고요.
이 세 아이는 그곳에 가선 안되었어요. 특히 선모는요.
사람들의 질투, 음욕, 욕망의 위험성과 세상이 꽤 높은 음흉한 허들이란 걸 깨닫기에는 가시밭길 같은 인생과 학력, 대담한 싸움과는 무색하게 너무 어렸으니까요.
이들에게 결정적인 내리막길을 선사한 인홍 역시 고생과 가난이란 이름의 교만에 빠져 그것이 가불기인 것 마냥 질투하고 이용하려다 상대의 깊은 절망을 짐작도 못하고 당해버렸죠.
악이 받친 아이들의 복수와 대처 또한 너무 어리고 미흡합니다.
결국 구멍이 뚫린 어설픈 도피 계획은 대담하기만 할 뿐 성공하지 못하고 선모는 소중한 사람들을 잃은 체 혼자가 되고 맙니다. 절망에 잡아먹히지 않도록 도울 어른들이 힘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라 뭐라 참담함을 표현할 수 없어요.
이야기의 흐름을 대충 알면서도 너희들을 위해 참고 멀리 도망가라고 도망가서도 또 도망가라고 하고 싶었습니다.
세월이 흐르길 기다리자고요. 악연인 그놈들 때문이 아니라 너희를 위해서, 감당할 수 없는 악의 인과를 시작하지 않기 위해서요. 때로 복수는 기다리는 동안 저절로 이뤄지기도 하니까요.
결국 선모의 구름은 그 다리에서 영영 얼어버려 20년 동안 비와 눈이 되지 못했지만......
비와 눈이 되어 준 사랑하는 사람들로 인해 집으로 돌아갔을 거예요.
*한을 삼키고 속사람을 지키며 살아가는 인생......
고장극만 보던 저에게 '협'은 뭘까... 뜬구름 같았는데 요새 현대극도 보니 아이러니하게도 중국의 정서 '협'이 뭔지 조금이나마 느껴지더라고요.
기나긴 여정 막바지 즈음에 그럼에도 '이런 소박한 대협들을 보았나!ㅠㅠ,^^' 감탄하며, 저 아재들과 살풀이 음주 가무를 하고 싶구나 할 때 운명은 노대협들의 인생을 뒤흔들더라고요. 저도 모르게 욕이 뛰쳐나왔습니다.....
공뱌오는 아내와의 사랑이 꿈같았다고 말하고 이혼 서류를 건네며 '꿈처럼' 이란 상호를 지어줍니다.
운명에 지지 않겠다며 호기로운 모습을 보이지만 '될 것 같지 않던 복'이 들어옴과 동시에 생을 마감합니다.
(공뱌오 배우분 진짜... 어쩜 두 시기의 모습이 전혀 다른 배우분 같을까요... 놀라움... 한 편으론 공뱌오 캐릭터와 정이 들었는데 이렇게 헤어져서 몹시 아쉽습니다. 그래도 막화 끝까지 보니 공뱌오의 인생이 허무하지 않았어요.)
'늙었다.', '하지만 과거를 잊을 수 없다.' 던 마 반장은 뇌혈관이 막혀 기억과 정신이 오락가락하지만 한으로 남았던 사건을 끝내 해결하는 수확을 거둡니다. (마지막에 왕샹의 대사를 보면 회복하신 것 같습니다. 휴우... 다행)
잊지 못한 과거 때문에 늦사랑을 포기했던 왕샹은 세 명이 함께 한 마지막 술자리에서 '뒤돌아보지 말고 잊자'라고 했지만 한으로 남았던 아들 왕양에 대한 진실을 수확으로 거둡니다.
마지막 술자리에서 왕샹은 젊었을 적엔 운명을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이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왕샹 보다 젊은 왕뱌오는 그럴 수 없다고 말하지요.
여러분은 운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는 젊었을 땐 인과를 두려워하며 더 깊게 알아서 기는 쪽에 가까운 타입이었어요. 손해 보는 일도 인과를 내 쪽에서 멈춘다면 인연이 다하게 되니 윤회나 함께 하고 싶지 않은 인연에서 튀튀할 수 있겠다는 심보였죠.
결핍은 성장을 위한 수행이다 생각하며 원망하지 않았고 한 편으론 두려운 마음으로 운명에 객기 부리지 않았는데 요즘은 늙은 주제에 객기를 부리며 온 힘을 다해 멈춰있는 반항을 하고 있습니다. ('나에게 무슨 자격으로 요구하는가'란 뻔뻔한 생떼를 쓰고 있어요.)
왕양의 시였나...? 노래 가사였나...?
'물을 한 모금 마시고 흐르는 물을 바라보라'는 문장은 운명을 삼키고 순응을 권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드라마는 마치 가혹한 운명에 순응했을 때 그래도 빈손으로 보내지 않는다는 걸 의식하고 있는 듯해요.
제 인생으로 제 깜냥으로 보자면 그렇기도 안 그렇기도 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요.
그래도 왕샹 아저씨와 같이 더는 뒤돌아 보지 말고 앞만 보고 가는 분이 계시다면 응원하고 싶어요.
그리고 될 수 있으면 많은 분들이 저 같은 길을 가지 않고 왕샹과 같은 길을 가시길 바랍니다.
기나긴 가을이 끝나고 겨울을 맞이하면 황량하고 쓸쓸합니다만... 겨울에 눈이 와야 한 해 농사가 잘 된다는 어른들의 말씀을 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또 눈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새하얘서 모든 허물을 덮어주기도 하니까요.
다시 수확의 계절이 되고 옥수수밭 사이로 과거의 왕샹이 기차를 몰고 지나갈 때 노년의 왕샹은 '뒤돌아 보지 말고 앞만 보고 가!'라고 외쳐줍니다.
과거의 왕샹은 우렁찬 기적소리로 화답 하고요.
씩씩한 이별이었죠.
그러고 보면 왕샹은 이미 과거부터 앞으로 나아갈 준비가 된 사람이었습니다.
억울한 삶 속에서 죽기로 마음 먹었던 그는 인간미를 잃지 않고 기찻길에 버려진 아기를 입양했고
이제 다시 찾아온 가을에 혼자가 아닌 떠난 줄 알았던 늦사랑과 그때 그 아기, 따뜻하게 장성한 아들 왕베이가 있는 집이 있습니다.
공감하며 함께 튕긴 손가락은 멀리 있는 아픈 과거를 부수지만 앞의 사람은 모릅니다.
하지만 공명되며 끌어당겨 어울려지기 때문이겠죠.
이러니 저러니 삶이 어떤 학습이라해도 모두가 최소한 너무 아픈 삶이 아니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참! OST들이 너무 좋습니다! 4화와 후반 편들의(막화는 꼭!) 엔딩크레딧을 음악과 함께 즐겨주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