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성지하(繁城之下) - 寃(억울할 원), 형무등급(刑無等級) 20년 후, 강스포
20만 인구의 번성한 도시(강남 두현)의 현재 배경
관아의 냉포두는 이 도시의 유능한 포두입니다.
그는 방행과 타행이라는 범죄집단(도박과 폭력의 양아치)을 억제하며 균형을 이루고 있죠.
방행과 타행은 관아의 중요한 소식통으로 포쾌들의 빠른 사건 해결에 일조하기도 했습니다.(관례 수사)
냉포두는 정의와 불의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며 적은 돈을 방행과 타행으로부터 상납받아 포쾌들의 얇은 주머니를 채워주기도 합니다. 더군다나 냉포두의 엄격한 관리하에 악질범죄와 그들의 성장을 억제함으로 냉포두의 관할 안 방행과 타행 무리들은 이 지방에서 가장 번성한 곳에 있지만 가장 힘이 약한 무리들입니다.
하지만 후에 송 전사의 말에 의하면 인구 20만에 비해 강력 사건은 터무니 없이 적습니다.
이것은 문란한 당시 사회상 맞지 않는 비율이죠.
냉포두의 묵인 아래 '사건'으로 조차 취급되지 않은 '억울함'들이 반드시 있었을거라 합니다.
* 다른 관할의 방행과 타행은 보통 '전사'와 더 가깝게 연계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송전사는 어떤 뇌물이나 청탁을 엄격하게 거절해 왔고 그로 인해 방행과 타행의 영향권은 포쾌들의 리더인 '포두'가 갖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들의 수장인 새로 부임한 위현령은 냉포두의 평에 의하면 '고양이 같은 관리'로 소심하고 관아의 일엔 별 관심이 없는 것 같습니다. 보통 신임 현령은 부임하고 지역 유지들과 회합을 가지나 위현령은 그들과의 만남조차 없었고 사태사부의 능력과 송전사, 냉포두의 능력에 의지해 설렁설렁 일하는 사람입니다.
나름 평화롭던 두현의 대형강력범죄들
살인사건이 벌어지며 잔잔하던 도시에 파문이 일어납니다.
첫번째 피해자는 '냉포두(냉무질)'로 목이 매달려 죽은 뒤 들판의 허수아비로 꾸며져 시신이 발견됩니다.
그의 시신을 관통하고 있던 막대에는 오도일이관지(논어 제4장 이인 편) ' 나의 도는 하나로 관통되어 있다.'란 문장이 적혀있었습니다. 이것은 허수아비(파수꾼)로서 잘못된 '정의의 도'를 가지고 충실하지도 어질지도 않았던 냉무질을 비판하는 상징입니다.
아버지와 같은 사부 냉포두의 처참한 마지막에 제자이자 부하 포쾌 '곡삼경'은 큰 충격을 받습니다.
두 번째 피해자 '왕수재(왕부자)'
왕수재는 학당을 오랜 시간 운영한 명성 있는 수재입니다. 그는 온화한 스승으로 아이들에게 구리계척이 아닌 나무 계척으로 체벌하지만 그 마저도 잘하지 않는 스승입니다.
왕수재는 자신의 학당 '무류재' 마당에 거꾸로 파묻혀 손과 발이 묶인체 시신으로 발견됩니다. 현장에는 피와 머리카락이 엉킨 구리계척과 서예 전각(인석)이 있었고 왕수재의 입안에는 머리가 잘린 병아리 시체가 들어있었습니다.
구리 계척엔 첫 사건과 연관성을 남기듯 범인의 문장이 남겨져 있습니다.
'동자 6,7명' (논어 11장, 증석의 봄나들이 동경)으로 늦봄 새로 만든 봄 옷을 입은 어른 5, 6명과 동자 6,7명이 기수하에서 목욕하고 무우대에 가서 바람 쐬고 그다음 노래 부르며 집으로 돌아간다는 내용입니다.
20년 전까지 왕수재는 구리계척으로 아이들을 자주 때리는 선생이었고 간헐적 분노조절장애를 앓고 있는듯 보입니다.
그러다 거북이에게 주려고 붓을 훔친 제자 교개똥을 심하게 때리다 달아나는 그를 구리계척으로 살해했죠. 정신이 들었을 땐 이미 교개똥은 죽어있었고 머리에 있는 상흔을 감추기 위해 머리를 잘라 무류재의 마당에 묻고 몸은 연극무대 뒤에 발견되게 합니다.
머리 없는 병아리는 미제로 남은 교개똥의 사건을, 전각은 거짓 유서 및 글을 작성한 육원폭의 필체를 모방한 것을 꼬집는 것이겠죠.
첫 사건과 두번째 사건의 범인은 동일한 인물로 보이지만 피해자들 간의 연관성은 없어 보입니다.
(왕수재의 조카 봉수재가 두 사람은 접점이 없었다고 증언 함. 범죄 동기를 찾기 어려움.)
이때, 설거인의 집사 장계조가 송 전사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하여 추화루 후문에 있는 폐가 매물을 핑계로 넌지시 냉포두의 살해현장에 대한 힌트를 줍니다. (설거인이 아닌 자신이 장가들어 살 집으로 구입하고자 했다며 최근 못 보던 집기들이 늘었다고 함)
* 장집사가 사고 싶어 하는 집은 과거 진왕(육가의 하인)의 정원(추화루 후문 위치)으로 도박으로 막대한 빚을 진 그는 익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후, 진왕의 정원은 6년 전 어느 행상에게 팔렸는데 이 상인은 집에 살지도 돌보지도 않아 정원은 거지들의 집합소 같이 되어 한 달 전 치안문제로 냉포두의 요청에 의해 입구가 막힌 폐가였습니다.
*냉포두의 살해도구의 부품 겪인 맷돌을 판 상인의 증언에 따르면 구입자는 손이 가늘었다고 합니다. 남자인데 손이 가늘다는 건 그가 문인에 가깝다는 추측을 할 수 있죠. 그런 사람이 건장한 냉포두를 잡아야 했으니 트릭과 기교가 필요했을 거라 짐작 할 수 있습니다. 이로써 범인은 충분히 침착하고 냉정하게 어떤 목적에 의해 범행을 저지르는 계획형인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뜬금없이 집사를 내세워 사건의 힌트를 제공한 설거인 측을 수상히 여긴 송 전사는 장집사를 관아로 불러내 심문 광경을 보게 한 후 반응을 살핍니다.
집사치고는 지나치게 담대한 모습에(단순히 잡스런 무리인지, 체계적인 무리인지도 유추해 볼 수 있음) 송전사는 이 사건들에 설거인이 연관되어 있을거라는 추측을 하게 되었을 겁니다.
세 번째 피해자는 산 사람이 아닌 20년 전 죽은 '진왕'의 시신
(제9장 범인이 남긴 문장 기억 안남, 제보 바람.ㅎㅎ)
육씨네 하인이었으나 도박으로 큰 돈을 번 후, 다시 도박으로 몰락해 익사했다는 소문의 인물.
유해를 목 매달아 전시함.
죽은 자도 피해 갈 수 없다는 듯이 범인은 집요합니다. 진왕의 시신이 전시되며 이제 확실히 사건은 20년 전 육씨 저택의 대화재와 연관이 있다는 확신이 생깁니다.
네 번째 피해자 정의원
사인야이유사질야(제6장, 공자의 제자 염백우가 중병에 걸렸을 때 공자가 탄식했던 말)
'이런 사람도 어찌 이런 병에 걸리느냐.'
이 문장은 두 가지 탄식일 수 있겠습니다.
'이런 자가 어찌 의원이라 할 수 있겠는가.', '선한 사람들이(육불우와 일가, 관련 없던 일반 하인들, 야경꾼이던 곡삼경의 아버지 등...) 어떻게 악인들의 손에 죽을 수 있단 말인가!.'
육직은 그를 '부성애 따윈 없는 이기적인 인간'으로 평가했고 그것은 맞았습니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란다.'란 말이 있듯 보통 사람은 이러합니다.
하지만, 20여 년 전 도벽으로 딸을 팔고, 사람까지 죽인 그는 아직 도벽을 고치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훔치고 다니며 작은 비도덕적인 행위로 기분을 전환하는 것 같습니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는 걸까요? 죄책감의 부재를 말합니다.
실재 범죄학에서 강력범죄자는 과거 경범죄를 수없이 저지른 과거가 있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이것은 도덕의 척도를 나타내는 것입니다.
각설하고 장의원은 자신이 작성했던 처방전들로 인한 독극물 중독으로 사망합니다.
장의원의 처방전 자체는 문제는 없으나(원래 약이란 독으로 독을 잡는 것이므로) 육 원폭 같은 병자에게 진왕의 처방전 약재를 함께 끓이면 맹독이 되었던 것처럼요.
다섯 번째 피해자 임행수(임사냥)
'젊어서는 혈기가 안정되지 않아 여색을 금해야 한다.'(논어에 자주 등장함) 너무 직설적인 문장으로 모방범죄임을 들킵니다.
범인은 설거인으로 그가 육직이었던 시절, 육불우의 단란한 가정을 보며 재치 있게 들었던 말이었죠.
임사냥은 어릴 적 역병으로 부모를 잃고 11세에 외숙에 의해 추화루에 팔리게 되었습니다. 보통 기녀는 월경을 시작하면 기녀일을 시작하는데 15세가 되도록 소식이 없자 주인은 그냥 기녀일을 시켰습니다.
추화루에서 도망친 임사냥은 괴한에 의해 몹쓸 짓을 당할 뻔했지만 당시 포쾌이던 냉무질에 의해 구해집니다. 그녀를 배려하고 존중했던 그에 의해 마음을 고쳐먹고 추화루로 돌아간 임사냥은 잘 나가는 기녀가 됩니다.
임사냥에게 반했던 냉무질은 반년을 꼬박 모아 그녀를 보러 오지만 차 한잔도 함께 할 수 없는 처지입니다.
냉무질의 타락의 기점은 '사랑'이었습니다. 그가 그녀의 자유를 위해 차츰 불의를 대가로 돈을 모으는 동안 임사냥은 육 원폭의 전속 기녀가 되어 변태적인 학대에 놓이게 됩니다. 과거 육원폭의 전속 기녀들은 얼마가지 않아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었습니다.
임사냥의 운명도 곧 그리될 것이었죠. 이것은 냉무질이 돈으로도 절대 구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결국 냉무질은 육직 일당에 가담하게 됩니다. 그동안 임사냥은 다른 기녀들에 비해 육 원폭의 곁에서 오래 살아남는데 아마 이것은 그녀가 '불임'이란 이유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녀는 불임으로 냉무질의 청혼을 거절하고 기녀로 남았었습니다.
육씨 가문의 대화재날 저녁에 그녀는 추화루에서 육씨 가문의 둘째 육근신과 단 둘이 술을 마셨었습니다.
냉무질의 사망 후, 그녀는 오랜 죄책감과 슬픔에 생에 대한 미련을 놓았었고 삼경에게 모든 걸 고백하기로 한 날 설거인에 의해 살해당합니다.
여섯 번째 피해자 조거인(조우인)
'그 귀신이 아니지만 제사를 지낸다.' (붉은 연지로 쓴 글)
임행수를 떠올리게 하듯 시신이 여인의 옷과 분칠로 꾸며져 있습니다. 본래 살인범이 임행수의 죽음은 자신이 한 일이 아님을 피력하는 전시 형태를 띠고 있죠.
(20년 전 육 원폭의 동업자, 두현의 거인이자 유지로 당시 현령과 깊은 교우관계를 유지함. 육원폭과 동업하며 공금횡령을 들키지만 적반하장으로 육원폭을 압박하려함. 그러나 잔인하고 집요한 수법을 알아차리고선 5000냥의 차용서를 쓰고 완전히 제압됨.
이 차용서와 육원폭의 죽음으로 현령에게 내야 할 최소한의 뇌물이 4-5만 냥은 될 것으로 추산되자 육직의 계획대로 움직여 거짓증언과 증거를 내게 됨.)
그 후 가업이 망하면서 타락했다 하며, 평소 비둘기를 기르고 살았다 합니다.
시중의 소문에는 진실과 허구가 섞여 있다, 원숭이 요괴 사건
골동품 상인이 일부러 별거 아닌 물품을 골동품이라 하며 값비싸게 구입한 후 명세서를 태평초에 팔고
원숭이 분장 도둑은 이 명세서를 보고 타깃을 정합니다. 이것은 골동품 상인(범인)이 의도한 대로 움직이게 되는 것을 뜻하죠.
도둑은 처음에 살인범에게 이용당하고, 살인죄를 뒤집어 씌우려는 하포두에게 이용 당하고, 하포두를 처리하려는 삼경에도 이용당합니다.
하지만 도둑이 얼대관아로 옮겨진 후, 다른 살인 사건이 나며 하포두는 독선적인 폭력행사를 했던 두현관아에 일반 포쾌로 좌천됩니다.
주인의 복수를 위해 돌아온 원숭이 요괴 소문 뒤편엔 사실 은인의 억울함을 풀려고 돌아온 거북이가 있습니다.
*봉수재는 범인이 인용한 논어의 각 장의 합수를 더한 결과 15라는 수가 나오는데 15장의 주인공 위령공은 하남출신이라 범인은 두현 출신일 것이라는 추리를 합니다. 하지만 친구들은 잠을 못 자 헛소리한다고 하였죠.
하지만 소가 뒷걸음질 치다가 쥐 잡은 격일까요?
그의 추리는 맞았습니다.
위현령은 본래 소보자(거북이)로 두현이 고향이거든요.
역시 알 수 없는 광수재(미친 수재) 촌닭(이름에 봉황이 있어 촌닭이란 별명을 얻음)이었습니다.ㅋ
일곱 번째 피해자 장집사(장계조/ 장귀)
'사람도 섬기지 못하는데 어찌 귀신을 섬기겠는가.' 문장은 그가 섬겼던 주인이 악귀 같은 자라는 걸 말하는 듯 하지만
장집사의 시신은 중국의 저승사자 흑백무상 중 백무상으로 꾸며져 발견됩니다. 백무상은 선한 망자의 혼을 거둬가는 역할로 장집사가 선한 사람들을 죽였단 상징으로 보입니다. 또한 장집사의 현재 주인 설거인은 추화루의 현주인 이기도 하지요. 점점 노골적인 지목을 하는 범인입니다.
강호인 장집사가 죽은 경위는 이러합니다.
점괘선생 악길(악철취)이 눈썹의 상처로 위현령을 육 불우로 착각하고 맙니다. 이것은 의도된 만남이었을까요?
악길은 모험을 하듯 추억을 짚는 은근한 글을 마을에 붙입니다. '죽은 줄 알았던 네가 살아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관상가인 그는 반은 맞고 반은 틀렸습니다. 가세가 기울어 노상을 하는 그를 측은히 여긴 옛친구이기도 한 범인은 자신을 배반할 방법을 알려주겠다며 판을 짜 포쾌들이 장집사를 현장검거 할 수 있게 하는 한 편, 악길은 원하던 금액보다 더 큰 금액을 얻게 한 뒤 살려줍니다.
본래 송 전사는 강 건너 불 구경하듯 두고 볼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범인의 정체에 자신의 '전사'로서의 본분과 그간 사용하지 않던 '황제가 직접 하사한 5품 관리' 로써 사건에 개입하게 되었죠.
설거인은 두현관아로 찾아와 돈으로 장집사를 빼내려 합니다. 하지만 송 전사에 의해 막히죠. 설거인은 여태 본 적 없는 위현령의 입회 아래 형이 집행되지 않으면 불복하겠다고 엄포하고 나갑니다. 뒤에서 몰래 다 듣고 있던 위현령은 '고소인(악철취)과 증좌가 없으니 풀어주자.'라고 합니다. 송전사는 오늘 안에 풀어주겠다며 하포두와 심문을 구실로 장계조(장귀)의 무공을 폐하고 내보냅니다. 겁먹은 장집사는 설거인에게 알려달라 하지만 혼자 돌아가란 명을 내려 그를 범인을 잡을 미끼로 쓰고 여삼에게 미행하게 합니다. 아니나 다를까 범인은 미끼를 낚아채고 여삼을 총으로 위협해 떨구고는 유유히 사라집니다.
그리고 사라진 증좌는 곡삼경이 감췄고 그 이유는 스승의 원수인 범인이 '위현령'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일개 포쾌와 송전사의 힘으로 현령을 잡을 수 없다고 판단한 곡삼경은 복수에 눈이 멀어
'정의는 먼 길이 아니라 여러 갈래의 길이 있다.'며 설거인과 손을 잡으려 합니다.
아버지를 죽인 원수가 사부인 걸 모른다 쳐도 사부의 여인을 죽인 자이자, 20년 전 악인임을 알면서도 말입니다.
곡삼경의 변화를 정확하게 짐작한 건 봉수재였고 그는 삼경을 말리려 위험을 무릅쓰고 오지만 삼경은 앞뒤가 꽉 막힌 똥개로 살 수 있었던 것은 사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부가 죽은 지금 뒷배가 없어진 나는 그럴 수 없다고 합니다.
곡삼경은 기어코 위현령의 정체를 밝히고 협상을 합니다. 조건은 '범인을 죽여달라.'였습니다. 이때의 삼경은 과거의 냉무질과 닮아있습니다.
각자가 유리한대로 모두 판을 짰으나 뜻을 이룬 건 위현령이었습니다.
20년 전 원한을 갚고 마지막 판을 짤 수 있으니까요. 사제 장귀의 죽음을 살수인 사형 유십칠이 좌시할리는 없을 테고 복수하려 들 테지요. '거인' 이란 신분은 아무리 현령이라도 잡을 수 없습니다. 일단 그의 든든한 갑옷인 '거인'이란 신분조차 벗기기가 어려웠죠.
위현령은 유십칠과 곡삼경의 복수심을 이용해 자신을 암살할 판을 꾸밉니다. 유서와 증좌를 남긴 위현령은 죽음을 준비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심복인 사태사부를 억지로 속여 보내고, 그동안 자신과 외모를 비슷하게 분장하여 교대로 활동하던 이반두를 여삼도 도울 겸 설거인의 감시를 맡겨 자신에게서 멀리 떨어지게 만들었죠.
'복수를 하려거든 원수의 무덤 외에 너의 무덤도 파놓아라.' 란 말이 있습니다. 이 말처럼 위현령은 자신의 무덤을 스스로 판 셈입니다. 관리인 자신이 죽지 않고서는 거인이 된 육직을 법적으로 죽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관리를 죽이는 자는 신분을 막론하고 참형에 처해짐)
죽음을 앞둔 그날 밤, 위현령은 평소의 가볍고 고양이 같은 관리의 가면을 벗고 송 전사를 찾아갑니다.
자신의 유언 및 증좌들을 손 전사가 발견하고 처리해 주길 바라서였죠.
그는 과거 친구 육직과 간식을 나눠먹던 것처럼 귤을 가지고 가 껍질을 까주고는 진솔한 대화를 시작합니다.
이 부분이 무척 감동적이고 위로가 되어 대사를 받아 적어왔습니다.
위현령, 송 전사에게 억울할 원(寃)을 묻다.
송 : 매질을 당한 상처와 하루하루 찢겨 가는 피부를 보면 어둠 속에서 시간의 흐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죽음이란 참 더디더군요.
사람이 천천히 말라죽어가는데 어느 날 갑자기 옥문이 열리면서
'네 사건 판결이 뒤집어졌다.'
헌데 난 이미 반은 죽은 목숨인데
반은 이미 귀신이 되어 인간으로 돌아올 수 없는데 말이지요.
해서 귀신도 사람도 아닌 괴물이 된겁니다.
늦게 온 정의는 결코 정의가 아닙니다.
위 : 나는 말이야, 송 전사의 억울함은 옥에 있는 게 아니라고 보네.
송전사는 오문 최고의 인재로 손꼽혔고 서화에 유독 재능이 많았지.
헌데 지금 오른손은 붓도 잡기 어렵지 않은가?
하면 그것이 송 전사의 가장 큰 억울함인가?
혹 송 전사가 귀향할 때 조정은 이미 사건을 뒤집었지만
마을 사람들은 송 전사가 억울하다는 사실을 전혀 믿지 않고 오히려 자네에게 삿대질을 했었지.
갖은 수단과 방법으로 죄를 면했다는 둥...
송전사, 자네한테 옥살이보다 더 억울한 게 혹 자네를 향한 사람들의 질타인가?
송 전사의 그 벗도 형제처럼 가깝게 지냈지만 자네는 고문이 두려워 오랜 벗을 배신하지 않았는가?
그 친구는 죽음으로 억울함을 호소했고.
가장 큰 억울함이 이것인가? 한데 내가 보기엔 그건 다 아니네.
자네의 반쪽 영혼이 여전히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는 연유는 조정에서 자네의 무죄를 선고하고
회원신분을 되찾고, 관직까지 받았지만 여전히 오른손은 붓을 들 수조차 없었고
마을 사람들의 질타는 계속되었고 벗은 억울함을 호소하며 죽었지만
자네를 고소했던 어사나 자네를 불구로 만든 형부 나리들 그리고 조정의 대신들까지
또한 자네를 천하의 파렴치한으로 몰아세운 어리석은 사람들
그들은 아무도 마땅한 벌을 받지 않았네.
송 전사 자네의 억울함은 풀 수 없는 게 아니라
자네의 원수를 도저히 갚을 길이 없는 거야.
위 : 송전사가 전사가 된 것도 두현의 모든 사건의 억울한 사람들의 원한을 다 풀어주기 위함일 거라네 생각하네.
송 : 두현에서 20년을 전사로 살면서 가장 많이 겪은 게 출 수 없는 억울한 사연들입니다.
위 :부디 송전사의 억울함이 조금이라도 풀리길 바라네.
20년 전, 범인과 20년 후, 범인이 각자 원하는 목적의 판이 짜졌습니다.
그 중간에서 이 판을 원치 않은 것은 송 전사뿐입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현령을 살려둘 걸세. 결국 진실이 다 밝혀짐을 똑똑히 보여주겠네."
이것이 그가 겪고 말하는 정의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잘못된 선택을 한 곡삼경을 지팡이로 후려친 후 감금하고(설거인과 협상한 것도 모자라 포쾌들을 관아에서 외부로 분산시켰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5품 관리의 권한을 사용하여 소수의 인원으로 나마 하포두와 함께 위현령을 보호합니다. 하지만 전문 살수인 유십칠의 솜씨는 녹슬지 않았고 모두 죽고 승총과 암살 무기를 유십칠과 각자 나눠 맞은 위현령만이 살아남습니다.
송 전사는 유언은 이러했습니다.
"억울한 사건이 제일 어려운 법인데 나리의 억울함은 잘 풀리셨군요, 부럽습니다."
잘못된 선택으로 곡삼경은 너무 큰 빚을 지게 되었습니다.
두 번째 사부나 다름없던 송전사, 이제는 사이가 좋아진 하포두와 동료들의 죽음..'당신은 왜 살아남았냐"며 우는 곡삼경에게 위현령은 "억울한 건 풀어야지. 우리 서로 빚을 갚자꾸나."라고 다독입니다.
"스승님도 송전사도 죽었는데 누구에게 물어야 하지?" 절규하는 삼경에게 사총은 가르쳐줍니다.
"냉포두의 선택은 잘못된 것이었어."
곡삼경은 송전사의 정의를 따르기로 합니다. "다만 본분을 다하는 것"
곡삼경은 포쾌로서 남은 동료들과 위현령과 설거인을 포위합니다.
위현령을 육 불우로 알고 있던 육직은 화재현장에 소보자도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안타까워합니다.
'알았으면 매년 육 불우를 위해 지전을 태우며 마음 아파할 때 소보자에게도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소보자가 있었다고 해도 계획을 철회하거나 살려두진 않았을 것.'이라고 합니다.
그 말에 위현령은 자신이 소보자라고 고백합니다.
그리고 허심탄회하게 서로 대화를 나눈 두 사람은 웃다가 설거인이 위현령을 죽이고 바로 그 칼로 자결을 하며 사건은 끝이 나게 되었죠.
그리고 살아남은 20년 전 죄인이자 또 다른 극악무도한 자 숙수 유이(우불염, 기린루 사장)는 이 반두의 손에 의해 마무리가 됩니다.
'음식은 정교해야 제 맛이고 식감은 연해야 제 맛이다.' 숙수의 본분을 다하지 않은 그에게 어울리는 말입니다.
숙수 유이는 논어의 구절을 가져오기도 아까운 사람이었습니다.